[태평로] 유튜브 알고리즘, 내 삶의 알고리즘
조회수 늘리는 비법?
정의 실종된 시대에 시청자 몫까지 운다
국민은 불공정에 지쳤다
입력 2021.03.12 03:00 | 수정 2021.03.12 03:00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 알고리즘을 조사하는 장면. /이태경 기자
알고리즘 알아내기가 유행 같다. 생활 이런저런 곳에 이 말을 쓴다. 로또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있는가. 주가(株價) 변동을 알아맞히는 알고리즘, 카지노 블랙잭에서 고객이 딜러에게 돈을 딸 수 있는 알고리즘은 있는가.
알고리즘이란 뭔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나 방법’을 말한다. 당연히 수학과 컴퓨터 과학에서 주로 쓴다. 그 방법을 프로그램 계산식으로, 논리적 문장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좀 유식하게 말하면 그런 ‘명령어들의 유한 집합’이라고 한단다.
필자는 3년째 매일 유튜브 방송용 영상을 올리고 있다. 주로 시사 뉴스를 다룬다.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한 에피소드에 댓글이 1000건 넘는 날도 숱하다. 그중 많은 반응이 “가슴을 뻥 뚫어 주어 시원합니다”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고맙고 무섭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가슴 답답하면 7~10분짜리 말 몇 마디에 “가슴이 뻥 뚫렸다”고 할까.
시사 유튜버에게 조회 수를 늘리는 알고리즘은, 다시 말해 시청자를 모으는 명령어는 “무조건 ‘최고 실력자’ 혹은 ‘국민 밉상’을 단골 소재로 삼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통렬하게 비판할 때 속이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대통령·법무장관·민정수석, 이런 이들이 소재가 됐다. 혹은 그들과 대결하는 감사원장·검찰총장을 거론하는 것도 ‘조회 수 알고리즘’이 됐다.
최근 유튜브 전문가 한 분을 만났다. 그분한테 4시간 동안 집중 강의를 들었다. 유튜브의 성공 알고리즘은 무엇인가. 그분 결론은 ‘근면 성실 정직’, 이것이 유튜브 알고리즘이라고 했다. 무슨 중학교 교훈도 아니고...설마 했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나서 수긍이 갔다. ‘근면’이란 영상을 열심히 업로드하라는 것, ‘성실’이란 하루도 빼놓지 말고 개근하듯 하라는 것, ‘정직’이란 타인의 콘텐츠를 도용(盜用)하지 말 것 등이다. “좌든 우든 성실한 놈이 이긴다”는 원로 시인의 말씀도 생각났다. 어떤 해외 전문가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렇게 말한다. ‘구독자 수, 조회 수, 영상 길이, 시청자가 그 영상에 머무는 시간과 비율, 시청자가 유튜브에 들어와 첫 영상으로 봤는가, 시청자가 그 영상을 보다가 빠져나갔는가’ 등이다.
TV조선의 ‘초대연기’(초대형 대박 연속 기획)인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미스트롯2’의 성공 알고리즘은 뭘까. 아이디어를 내서 제작을 지휘하고 디테일을 챙긴 총괄 PD와 작가 두 분은 도전자들의 생존 비결과 프로그램의 성공 알고리즘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신문사 동료는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그러나 아주 색다른 칼럼을 썼다. “재미있으면 그만인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30%를 넘어가니 시청자들은 정의(正義)를 요구하고 있었다. 시중에서 실종되고 타락한 정의를 누가 노래 잘하나 하는 TV 프로그램에서나마 지켜주길 원하는 것이다.” 세상에 정의가 실종되다 보니 노래잔치에서 정의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시청자 투표 비율을 대폭 늘린 이유라고 했다.
필자가 찾아낸 이 프로그램의 성공 알고리즘은 ‘절박함’이다. 미스터트롯의 임영웅과 모친이 보인 인생 스토리에서, 미스트롯의 양지은이 부친에게 신장을 떼어드린 얘기에서 눈시울이 뜨듯해진다. 한때 인생의 벼랑 끝을 밟아보고 돌아온 사람의 데뷔 서바이벌 무대는 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절박한 감동을 준다.
유튜브에서 필자의 알고리즘은 절규다. 정의 실종 시대에 곡비(哭婢)처럼 시청자 몫까지 운다. 단 한 분의 가슴이라도 시원하게 해드릴 수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 차기 서울시장·대통령 선거에도 ‘당선 알고리즘’이 있다. 그것은 스스로 공정함을 보여주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된다. 국민은 불공정에 너무 지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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