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새해 첫날

bindol 2021. 3. 14. 05:29

[가슴으로 읽는 한시] 새해 첫날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새해 첫날

마흔 살은 다부지게 일할 나이
오늘로 두 살을 더 먹게 됐네.
도소주는 뒤에 마셔도 좋지만
늙고 병들기는 남보다 빠르네.
세상살이는 어떻게 힘차게 하나?
살림살이는 가난을 꺼리겠는가?
은근하게 한 해의 일 다가오는데
매화도 버들도 생기가 돋네.

 


元日

四十是强仕(사십시강사)
今添又二春(금첨우이춘)
屠蘇宜後飮(도소의후음)
老病已先人(노병이선인)
身世何由健(신세하유건)
生涯敢諱貧(생애감휘빈)
殷勤一年事(은근일년사)
梅柳亦精神(매류역정신)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1420~ 1488)이 1461년 새해에 지었다. 해가 바뀌어 마흔두 살이 되었다. 그 시대 그 나이 사람에게도 새해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도소주(屠蘇酒)는 설날에 마시는 술로 나이 많은 사람이 뒤에 먹는다. 그 술을 뒤처져 마시자 남보다 빨리 노쇠해가는 자신을 느끼며 불안해진다. 세상을 어떻게 기운차게 헤쳐 나갈 것이며, 가난은 또 어떻게 견딜 것인가? 착잡해진다. 누가 그런 불안을 잠재워주랴? 아무도 대답이 없다. 그래도 불안보다는 희망이 앞선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한 해의 인생, 그 은근한 기대를 곧 꽃을 피울 매화의 움트는 생기와 발랄함에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