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해당화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해당화
가시덤불 그 속에서
야들야들한 태깔에 시름하듯 붉은 빛깔.
이 고운 꽃의 멋을
그 누가 알기나 할까?
깨끗이 씻어내어
얼굴 곱게 단장한다면
인간 세상에서
제일 가는 꽃이 되련만.
海棠花(해당화)
膩態愁紅荊棘裏
(이태수홍형극리)
此花風韻有誰知
(차화풍운유수지)
若敎洗出新粧面
(약교세출신장면)
便是人間第一奇
(편시인간제일기)
―박흥종(朴興宗·?~?)
함경도 경성의 문인인 박흥종의 작품이다. 시인의 생몰연대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조선 후기에 경성 지역에서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함경도 지역 해안가는 본래부터 해당화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시인은 그 해당화를 보고서 연민의 감정을 담아 노래하였다. 빛깔도 태깔도 아름다운 꽃을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나 가시덤불 속에서 쓸쓸히 피어 있으니 보아주고 좋아해 줄 사람이 없다. 때만 씻어낸다면 세상의 어떤 꽃보다 아름다울 텐데 그 좋은 바탕이 드러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시인은 자신의 처지가 해당화와 똑같다고 느꼈다. 아무리 자질이 빼어나도 북쪽 사람이란 굴레가 씌워져 세상에 나갈 수 없다. 가시덤불 속 해당화의 신세다. 이 시는 서울까지 알려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저런 차별에 마음을 다친 이들이 그렇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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