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우물물

bindol 2021. 3. 14. 06:15

[가슴으로 읽는 한시] 우물물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우물물 井水(정수)

 

우물물은 천 길
천 길이라도 퍼 올리고
사람 마음은 한 치
한 치라도 알기 참 어렵다.
고드름은 진흙에 버려져도
한 번 씻자 도로 깨끗해지는데
나쁜 쇳덩어리는 큰 대장장이가 벼리나
천 번을 연마해도 끝내 부서진다.

 

井水雖千尋(정수수천심)
千尋猶可汲(천심유가급)
人心雖一寸(인심수일촌)
一寸難可測(일촌난가측)
淸氷委泥塵(청빙위니진)
一洗還淸潔(일세환청결)
惡鐵經大冶(악철경대야)
千磨終缺折(천마종결절)

―김윤안(金允安·1560~1622)

조선 선조 시절의 안동 선비 동리(東籬) 김윤안이 지었다. 그는 유성룡의 문인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늘날 수도꼭지를 틀듯이 옛날에는 우물을 길었다. 깊으면 깊을수록 퍼 올리기 힘든 우물이다. 그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릴 때는 아무리 깊어도 물은 퍼 올릴 수 있는데, 한 치밖에 안 되는 사람 속은 정말 모르겠다며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럴 줄 몰랐는데 그가 그런 짓을 하다니! 아마도 이런 분노가 솟구쳤을 것이다. 이제야 그 사람이 아무리 뛰어난 대장장이라도 어쩌지 못할 나쁜 쇳덩어리 같은 인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에 금이 크게 갔고, 그에 따른 마음의 상처가 아주 깊다. 깊은 우물을 볼 때마다 그보다 더 깊고 의뭉한 사람의 속마음이 떠오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