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97> 자연수에서 복소수까지 : 오묘한 수

bindol 2021. 4. 17. 04:08

사냥한 동물의 수 만큼 돌을 놓았으며, 채집한 곡식 다발의 수 만큼 나무에 새기면서 수(數) 개념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생긴 수이기에 자연수다.

영리한 인간은 이 수의 개념을 나누거나 늘려갔다. 우선 367처럼 깔끔하게 정돈(整頓)된 정수를 둘로 나눈다. + 값을 가진 양의 정수와 - 값을 가진 음의 정수로. 음의 정수는χ+1=0을 생각하다 나왔다. 어떤 수에 1을 더했는데 0보다 작은 수다. 양(+)이나 음(-) 의 정수는 유리수로 확대된다. 정수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는 분수(分數)와 분수로 나타낼 수 있는 소수(小數)다. 가령 0.5는 1/2처럼 1:2 정수의 비율이 있는 유비수(有比數), 즉 유리수다. 그런데 χ²=2를 생각하다 χ는 도저히 분수로 나타낼 수 없고 소수로 나타낸다 해도 규칙도 한정도 없이 1.41421…로 끝없이 이어지기에 비율이 없는 무비수(無比數), 즉 무리수가 나왔다. 유리수와 무리수를 합쳐 실수라 한다. 실제 있는 수인 실수는 실제 없는 수인 허수에서 온 말이다. 허수는 χ²=-1을 생각하다 나왔다. 양수든 음수든 어떤 수를 제곱해서 -1이라는 값이 나올 수 없으니 상상 속에만 있는 수다. 이 허수(imaginary number)를 실수(real number)와 합친 복잡한 수가 복소수(complex number)다.

오일러는 허수인 라 표기하고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방정식을 만들었다.
eπi+1=0. 제일 요상한 수들인 자연로그 e, 원주율 π, 허수 가 지들끼리 아무리 까불며 가장 원초적 자연수 1까지 더한들 결국 공허한 제로다. 수학 천재가 만든 이 단순 공식 안에 엄청난 세상 진리가 오묘히 숨어 있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