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95> 수학자와 철학자; 네 인물의 차이

bindol 2021. 4. 17. 04:10

 

메르센, 페르마, 파스칼, 데카르트! 이 네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얼까?

공통점 첫째, 프랑스 사람들이다. 둘째, 1600년대에 서로 알고 지냈다. 셋째, 수학 학원들 명칭에 흔하게 나온다.

메르센을 가장 유명케 한 것은 메르센 소수(素數)다. 2를 거듭제곱한 수열에서 1을 뺀 메르센수에서 약수로 나누어지지 않는 수들이다. 3, 7, 31, 127, 8191…로 전개되는데 48번째 메르센 소수까지 발견되었다. 페르마를 가장 유명케 한 것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다. 그는 xⁿ+yⁿ=zⁿ 방정식을 만족시키는 2보다 큰 정수는 없다며 그 증명에 대해서는 여백이 부족해 쓸 수 없다는 낙서를 남겼다. 그 증명법은 수많은 수학자를 괴롭히다가 350년이 넘어서야 풀렸다. 파스칼은 파스칼 원리, 파스칼 삼각형 등을 만든 과학자, 수학자였으나 '팡세'에서 말한 문장으로 철학자가 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데카르트는 XY축의 좌표 평면을 만들고 미지수 xyz, 기지수 abc를 사용하며 수학 양식을 일대전환시켰으나 '방법서설'에서 말한 문장으로 철학자가 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결국 네 명의 차이점은 분명하게 갈린다. 메르센과 페르마는 수학자로만 남았으나 파스칼과 데카르트는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나 플라톤처럼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의 반열에 당당히 오른다.

파스칼과 데카르트가 선언한 철학 명제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확고한 믿음에 기초한다. 이후 근대의 방향성과 방법론이 결정되고 인간의 지적 능력이 눈부시게 발휘된다. 숨이 가빠진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