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88> 산수와 대수: 수학의 전환

bindol 2021. 4. 17. 04:16

그리스·로마 문화라지만 그리스 수학은 로마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분히 현실적이어서 먹고 놀기 좋아하는 Romantist=낭만인(浪漫人)=로마인은 수학에 별 관심이 없었다. 수학 역사(歷史)에 로마 역사(役事)가 희미한 이유다.

그런 와중에 1700여 년 전 로마제국 지배 하에 있었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 수학이 살아났다. 주인공은 디오판토스. 고대 그리스인은 플라톤, 제논, 헤론, 테온처럼 '온'보다 '스'로 끝나는 이름이 많다. 헤로도토스, 데모크리토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헤라클레이토스 등등. 탈레스-피타고라스-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아르키메데스-에라토스테네스-아폴로니우스 다음의 디오판토스는 '스'부류의 고대 그리스 수학자 계열에서 마지막을 수놓았다. 그는 도형 중심의 수학에서 벗어나 수론 중심의 수학을 정립했다. 그가 쓴 산학(Arithmetica)은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Elements)과 더불어 고대 그리스 수학의 양대 근간이다. 그런데 그의 산학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산수(算數)와 달랐다. 개개의 숫자를 대(代)신해 상징적 문자를 쓰는 대수(代數)적 기법의 산수를 창시했다. 대수학(代數學)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그는 대수를 써서 미지수를 구하는 디오판토스 방정식을 창조했다. 산수를 넘는 대수의 업적으로 그는 대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역사는 똑같은 방법으로 한 큰일보다 색다른 방법으로 이룬 작은 일을 남긴다. 규모 있는 개선보다 의미 있는 전환을 중히 여긴다. 디오판토스처럼 ○○의 아버지들은 다 그런 전환가이다. 개선보다 전환이 세상을 바꾸어 간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