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87> 논리와 원리; 수학은 뭘 따질까?

bindol 2021. 4. 17. 04:17

2250여 년 전 그리스인들이 세운 식민도시 시라쿠사에 아르키메데스가 살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언을 남겼다. 방송 프로그램 제목이 될 정도로 유명하다. 'Eureka ≒ 알았다'. 왕은 왕관이 진짜 순금으로 된 것인지 알아보라고 아르키메데스에게 명했다. 당대 최고 천재였던 그에게도 난제였다. 머리나 식힐 겸 목욕이나 하러 욕조에 들어가 앉는 순간 해결의 실마리를 알았다. 매우 기뻐 벌거벗은 채 거리로 뛰어나와 '유레카'를 외쳤다. 그는 왕관과 무게가 똑같은 금 덩어리를 만들었다. 왕관과 금덩어리를 따로 물속에 넣었을 때 그릇 밖으로 흘러넘치는 물의 양을 서로 비교했다. 금덩어리보다 왕관을 넣었을 때 더 많은 양의 물이 흘러 넘쳤다. 왕관은 은이 섞인 가짜로 판명되었다. 액체 중의 물체는 그 물체가 밀어낸 액체의 무게 만큼 가벼워진다는 부력의 원리가 여기서 나왔다.

왜 부력의 논리가 아니라 부력의 원리라 할까? 수학이 전후좌우의 논리를 철저하게 따진다면, 과학은 세상만물의 원리를 확실하게 밝힌다. 그래서 수학적 논리, 과학적 원리라 한다. 그는 지렛대나 포물선 원리 등 과학적 원리들로 펌프, 기중기, 투석기를 만들었다.

그는 과학자, 기술자, 발명가이기도 했지만 본질적 정체는 수학자였다. 결국 바닥에 도형을 그리던 중 로마군에게 살해되었다. 원기둥에 내접하는 구와 원뿔에서 우아한 수학적 조화를 발견한 그는 이를 묘비에 새겨달라고 유언했다. 배를 만드는 데 쓰이는 부력의 과학적 원리보다 별 쓸모없어 보이는 도형의 수학적 논리를 더 자랑스러워 했으니 참 진정 수학자답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