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86 > 공리와 정리; 수학의 체계

다음 중 연대별로 나열할 때 수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①탈레스 ②피타고라스 ③플라톤 ④에우클레이데스 ⑤아르키메데스. 정답은 가장 낯선 에우클레이데스다. 영어로는 유클리드(Euclid). 이름이 낯익다. 2300여 년 전 그는 13권으로 된 스토이케이아를 썼다. 영어로는 엘리먼츠(Elements). 유클리드 기하학 원론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데, 2000여 년 넘게 수학 교과서로 쓰였다. 또한 뉴턴, 아인슈타인 등 천재들을 자극했다. 기하라는 낱말도 명나라 말 중국어로 번역된 '幾何原本'부터다.

피타고라스가 직각삼각형 등에 대한 특별한 정리(定理, theorem)를 발견했다면, 유클리드는 수학하는 방법을 창조했다. 그는 점, 선, 면, 원, 각, 삼각형, 평행선 등 기하학에 필요한 기본 소재들의 개념을 정의(定義, definition)한 후 증명이 필요없는 공리(公理, axiom) 및 공준(公準, postulate)을 세웠다. 공리란 많은 사람(公, public)이 인정하는 기본 이치이며, 공준도 많은 사람이 승인하는(準) 기본 가정이다. 몇몇 뻔하며 당연한 정의들과 공리들로부터 출발해 유클리드는 다양한 명제를 연역적으로 증명하며 정리를 유도했다. 이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일반적 체계화를 이룩한 대업이었다.

먹고사는 데 써먹었던 고대 이집트의 토지 측량용 산술은 하치로 취급된다. 유클리드가 갈고 닦은 이성을 수단으로 진리 탐구를 위해 저 높은 이데아 수준에서 이룬 추상적 관념적 형이상학적 지적 유희의 수학은 고등한 성과로 평가된다. 세상은 먹고사는 경제만으로 돌아가지 않나 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