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85> 무리수와 무비수; 비정상의 수일까?

bindol 2021. 4. 17. 04:19

제곱해서 2가 되는 √2를 무슨 수라 할 수 있을까? 무리수라고?

피타고라스 학파 사람들에게 그런 수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될 수였다. 세상만물이 수로 이루어졌다고 믿는 그들에게 수란 오로지 정수(整數)를 의미했다. 직각삼각형 밑변 3, 높이 4가 되면 빗변 길이가 5로 32+42=52(9:16:25)의 정수 비례다. 그런데 높이 1, 밑변 1인 가장 쉬운 삼각형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빗변 길이가 제곱해서 2가 되는 수라니? 아무리 계산해도 정수 비율이 안맞았다. 수를 신봉하는 이 학파의 강경파들은 그런 삼각형 수를 부정했다. 인정한다면 자기네 사상적 기반을 허물어야 했다. 이 때 히파수스가 제곱해서 2가 되는 수를 인정하며 외부로 발설했다. 결국 그는 천기누설죄로 조직규율을 어겼다며 살해되었다.

√2는 이(理)성적(rational)이지 않은(ir) 무리수(irrational number)다. 이를 무비수라 하면 쉽게 와닿는다. 비(ratio)가 맞지 않는 무비수(無比數). 원주율 π값 3.141592…, 자연로그 e값 2.718284…는 소수점 뒷자리가 무질서하게 무한정 이어진다. 이런 소수(小數)는 분수로 나타낼 수 없으니 무비수다. 0.333333…, 0.313131…은 뒷자리가 끝없이 이어지지만 반복 순환되기에 분수1/3, 31/99로 나타낼 수 있어서 유비수(有比數)다. 유비수와 달리 무비수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2π, πⁿ,
π√2는 무비수임이 증명되지 않았다. 다만 무비수는 유비수보다 많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수의 세계처럼 우리 사는 세상도 비정상이 정상보다 많다. 그러니 늘 요상하게 꼬여가며 돌아간다. 이상할 거 없다. 그런 게 바로 자연스러운 세상 아닐까.

경성대 광고홍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