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81> 변조와 무조; 음악을 파괴했다지만

bindol 2021. 4. 17. 04:22

20세기 초 음악사에 엄청난 쿠테타가 일어났다. 음악의 전복일까? 파행일까?

물리학에서 변조(modulation)는 음, 화상, 데이터를 전파로 전송하도록 진폭, 주파수를 바꾸는 일이다. 음악에서 변조(transposition)란 조옮김이다.

그런데 조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조를 없애는 무조(無調, atonal) 음악이 있다. 조성(tonality)이 없는(a) 음악이라니? 음악은 조성을 기본으로 깔며 흐른다.

가령 비틀즈의 'Let it be'는 도를 으뜸음으로 C 메이저 스케일인 도레미파솔라시 7개 음을 사용한다. 마지막은 도로 흐른다. 중간의 흐름은 결국 도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다.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조성 음악이다. 조성이 없는 무조 음악은 어울림을 깨버린다. 쇤베르크가 만든 12음 기법의 무조음악은 으뜸음(tonic), 딸림음(dominant) 등 음들의 종속관계를 해체시킨다. 한 옥타브 내 12개 음들 모두에 균등한 자격을 준다. 이 음들을 역행, 전위 등 산술적 규칙에 따라 인위적, 조직적, 논리적으로 꼬이도록 배열한다. 이 음들로 작곡한다. 그러면 조성, 화음, 선율, 호감이 사라진 듣기 거북한 무조음악이 된다. 난해하고 기괴하다. 쇤베르크-베르크-베베른 등'베3인방'곡 하나를 듣는다. 글쎄, 전통적 규칙을 깨부쉈다지만 억지로 꼬이고 뒤틀린 음악이니 껄끄럽다. 아무리 12개 음들의 균등함을 이루었다 해도 어울림 없는 균등함은 귀에 거슬린다. 일부러 거슬리려 했다면 할 말이 없다만. 쇤베르크도 말년에 그런 음악 만든 것을 후회 반성했다던데.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