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82> 산수와 수학; 왜 재미 없었을까?

bindol 2021. 4. 17. 04:21

 

인류는 유목생활을 하면서 가축을 몇 마리 기르는지 표시하며 셈할 필요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강 범람으로 헝클어진 토지를 재분배하기 위해 땅 면적을 계산할 필요가 있었다. 3600여 년 전에 아메스는 그러한 셈법들을 파피루스에 기록했다. 대영박물관에 보관된 이 유물로 그는 산수의 기원이 된다. 3.14 남짓한 원주율 π를 모르던 당시에 원 면적도 계산했으니 대단한 산수실력이었다. 하지만 수학 실력은 아니었다. 만물의 근원을 수로 여겼던 피타고라스는 2600여 년 전에 수학의 토대를 다졌다. a²+b²=c² 공식에서 알 수 있듯이 직각삼각형 각 변의 길이를 계산하였음은 물론 왜 그리 되는지 논리적으로 따지며 증명했다. 여기서 증명했다는 사실이 수학의 요체다. 계산할 수 있으면 산수가 되지만 증명할 수 없으면 수학이 못 된다. 동양에서 수학은 없었고 산술에 가까운 산학(arithmetic)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서 배우는 지식을 뜻하는 mathematics가 수학으로 번역되었다. 중국에 온 선교사가 1853년에 서양의 매스매틱스를 '수학계몽'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일본으로 건너갔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전통의 화산(和算)은 수학으로 전환되었다. 그 수학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왔으니 수학의 역사는 150여 년 정도 밖에 안된다.

수많은 학생을 공부에 주눅들게 하고 포기하게 만든 수학! 그런데 왜 이러저러한 수학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나 연원을 알면 재미있다. 수학 시간에 그런 재미도 못 보고 재미없게 계산만 해댔으니 억울하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