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인 두 낱말은 또한 세상을 이루는 요소다.
외모나 성격도 그렇지만 음성이 좋으면 호감이 간다. 청각에 민감한 여성은 음성(音聲)이 좋은 남성에게 끌리기 쉽다. 지문이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음성이 똑같은 사람도 없다. 손가락 무늬인 지문(指紋)처럼 목소리 무늬인 성문(聲紋)이 있다. 목소리를 주파수로 분석한 성문에는 사람마다 고유 형상이 있다. 사람만 성문을 가진 음성이 있는 게 아니다. 세상 모든 만물에도 음성이 있다. 항아리, 나무통, 페트병을 두드리는 소리들은 서로 다르다. 같은 종류라도 악기마다 소리가 다르다. 명기(名器)는 더 좋은 소리를 낸다. 그 명기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성이 다르다. 초짜가 만지면 듣기 싫은 소리가 나지만 고수가 만지면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고수는 자신이 표현하려는 느낌에 맞는 소리를 고른다. 즉 악기가 내는 음성을 선택한다. 보이싱(voicing)을 달리 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Dm7 코드를 치더라도 어느 위치에 놓인 4개 구성음(레파라도)을 잡느냐에 따라 보이싱이 다르다. 음성(voice)보다 음색(音色)은 보편적 낱말이다. 똑같은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음의 색깔이 다르면 느낌이 다르다. 가야금과 피아노를 따로 연주하면 음색이 달라 달리 느껴진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음색이 어울리면 더 멋진 음악이 된다.
인간 전유물이 아닌 보이스는 온 천지에 깃들어 있다. 사람들 소리만 듣기보다 다양한 만물과 생명들이 내는 음성과 음색에 귀기울이면 진정한 소리를 듣게 된다. 비로소 세상의 복잡한 그물망 한 코에 슬쩍 걸쳐 사는 미약한 인간임을 겸허히 자각하게 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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