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5> 조성과 조표 ; 알고 보면 쉬운

bindol 2021. 4. 17. 04:28

조성을 달리 하기 위해 조표가 복잡하게 붙는 이유를 알면 싱겁다.

노래방 반주가 높거나 낮으면 자기한테 맞게 키(key)를 맞출 수 있다. 조성(tonality)을 맞추는 일이다. 가령 원래 C Major 조성의 음악을 D Major로 한 음 올리며, A minor 조성의 음악을 G minor로 한 음 내릴 수 있다. 조성이 달라지면 악보에서 조표(key signature)가 달라진다. 샤프(#)가 붙는 조표는 파도솔레라미시 7개 순서다. 마지막 조표의 온음 위가 그 음악의 조성이다. 플랫(♭)이 붙는 조표는 정반대로 시미라레솔도파 7개 순서다. 마지막 조표의 4도 아래 음이 그 음악의 조성이다. 조표가 하나도 안붙는 C Major 조성 1개, 그리고 #이 붙는 7개, ♭이 붙는 7개 모두 합쳐 15(1+7+7)이므로 조성이 15개는 아니다. 딴이름한소리(異名同音)를 빼면 12음계 그대로 12개 조성이다. 여기에 메이저 조성의 단3도 아래로 똑같은 조표를 쓰는 마이너 조성까지 따지면 24(12×2)개 조성이 있다.

꽤 복잡하게 설명해서 미안하다. 도가 키(key)인 C 메이저 스케일의 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3도와 4도인 미파, 7도와 8도인 시도 사이가 반음이 아니면 조표 붙을 이유가 없다. 키가 레면 레미파솔라시도레에서 3도와 4도인 파솔, 7도와 8도인 도레를 온음에서 반음으로 맞추어야 하므로 파와 도가 반올림(#)되어 두 개 조표가 붙는다. #이나 ♭가 한 개에서 일곱 개까지 붙는 이유도 같다. 원인은 단순한데 결과는 복잡해진다. 세상도 마찬가지. 해법은 뻔한데 복잡해진 양상에 빠지면 어렵게만 여겨지며 요상스레 꼬여만 간다. 갑갑하고 답답해진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