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파솔라시가 되는 CDEFGAB는 다라마바사가나로 번역되었다.
왜 그랬을까? 바하의 G선상의 아리아는 라장조,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다단조,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무지크는 사장조,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올림 가장조,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나단조, 쇼팽의 즉흥환상곡은 올림 다단조. 학교 다닐 때 음악 교과서에는 늘 그런 식으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뮤지션들은 가장조니, 나단조니 하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음악을 한다며 그리 말하면 바보가 된다. A Major, B minor라고 한다. 도미솔 화음인 C 코드를 다 코드라고 하지 않듯이, 12개 조성(key)을 다 라 마 등이 아니라 C D E 등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왜 그리 마장조니 바장조니 하게 되었을까? 서양음악을 들여 오면서 CDEFGAB를 다라마바사가나로 옮겼다. 정작 우리 국악도 그리 안하는데 수입된 서양음악을 그렇게 하니 도리어 헷갈린다. 다라마바사가나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안해도 될 것을 해서 어지럽게 했으니 잘못된 것이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애국가는 사장조가 아니라 G Major,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내림 나장조가 아니라 B♭ Major,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는 마단조가 아니라 E minor, 걸그룹 2NE1의 컴백홈은 다단조가 아니라 C minor가 원래 키라 해야 좋다.
알파벳 CDEFGAB를 모를 아이도 없는데 왜 굳이 다라마바사가나라고 했을까? 우리 식으로 한다는 억지스러운 강박관념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 음악 교과서에서는 그리 안되었으면 좋겠다. 외국 것을 무작정 수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우리 틀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4> 온음과 반음; 음악과 같은 인생 (0) | 2021.04.17 |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5> 조성과 조표 ; 알고 보면 쉬운 (0) | 2021.04.17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7>장조와 단조 ; 뭐가 길고 짧나? (0) | 2021.04.17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8> 12음과 12개; 오묘한 순환이지만? (0) | 2021.04.17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9> 높고 낮은 음자리표; 몰라도 될까? (0) | 2021.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