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4> 온음과 반음; 음악과 같은 인생

bindol 2021. 4. 17. 04:29

 

온전한 온음과 온전치 못한 반쪽짜리 반음! 그런데 음악은 반음이 좌우한다.

피아노 건반에서 도미솔 세 개 음을 동시에 누르면 밝은 화음이 들린다. 여기서 미를 반음 내리면 애조 띤 소리가 난다. 신비하다. 미만 반음 내렸을 뿐인데. 전자는 C, 후자는 Cm 코드다. 도미솔시 네 개의 음을 동시에 누르면 재즈스러운(jazzy) CM7 코드다. 여기서 시를 반음 내리면 도미솔의 안정된 음으로 돌아가고픈 C7 코드다. 이렇듯 메이저 세븐과 도미넌트 세븐 코드도 시음을 반음 내리느냐가 좌우한다. 도미솔에서 미를 빼고 반음 위의 파로 대체하면 C 코드를 잠시 미루는(suspend) 듯한 소리인 Csus4 코드다.

도미솔에서 솔을 반음 올리면 묵직한 Caug 코드, 미와 솔을 반음 내리면 야릇한 Cdim 코드다. 여기에 반음 내린 시까지 동시에 누르면 C 마이너 세븐 플랫 파이브(Cm7(♭5)), 반음 더 내려 라를 누르면 디미니시드 세븐(Cdim7) 코드다. 도(Ⅰ)-미(♭Ⅲ)-솔(♭Ⅴ)-시(♭♭Ⅶ) 네 개 구성음 모두를 근음(root)으로 쓸 수 있는 신기한 코드다. 이 역시 반음 차이가 빚는 신비한 음의 세계다.

이처럼 코드 색깔을 좌우하는 반음은 스케일 색깔도 좌우한다. 2도와 3도, 5도와 6도 사이가 반음인 내추럴 마이너 스케일에서 7도음을 반음 올리면 하모닉 마이너 스케일, 6도음도 반음 올리면 멜로딕 마이너 스케일이다. 메이저 스케일에서 3, 5, 7도 음을 살며시 반음 내린 음이 비정통적 블루 노트다. 블루스도 반음이 좌우하는 색다른 음악이다. 살짝 낀 반음이 좌우하는 음악처럼 이 세상도 온전한 무엇보다 부족한 무엇이 전체의 판세를 좌우한다. 음악도 절묘하고 세상도 오묘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