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을 우리말로 옮기면 긴 어울림과 짧은 어울림이다. 과연 길고 짧은 게 있을까?
장조(長調)는 C-D-EF-G-A-BC인 도레미파솔라시도로 이루어진 C장조 음계(scale)에서처럼 3도와 4도인 미파, 7도와 8도인 시도 사이가 반음이다. 도 아닌 다른 음을 밑음(key)으로 해도 마찬가지. 단조(短調)는 A-BC-D-EF-G-A인 A minor 음계에서처럼 2도와 3도인 시도, 5도와 6도인 미파 사이가 반음이다. 장조와 단조 음계에서 길고 짧은 차이는 없다. 각각 두 개의 반음이 어디 위치하느냐가 다를 뿐. 뮤지션들은 다라마바사가나 등의 조성 이름을 안 쓰듯이 장조니 단조니 하지 않는다. 다만 음정을 따질 때 장3도 메이저 코드, 단3도 마이너 코드라 한다. 음계에서 장조는 Long이 아니라 Major, 단조는 short가 아니라 minor라고 한다. 첫 스펠링이 같기에 대소문자로 구분한다. 메이저는 마이너보다 크며 많고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과연 마이너는 메이저보다 작으며 적고 덜 중요할까? 장조인 메이저 음악은 밝고 경쾌하며, 단조인 마이너 음악은 어둡고 우울할까? 꼭 그렇지 않다. 가령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슬프게 들리지만 메이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힘차게 들리지만 마이너 음계로 작곡되었다.
장-단, Major-minor 등은 이론적 구분을 위한 용어다. 용어 말뜻에 얽매이면 음악을 오해한다. 음계 속을 가만히 살펴야 이해된다. 우리 삶에 남녀차별, 인종차별, 지역차별 등이 없듯이 음악에서 메이저-마이너 차별도 없다. 생태계 존재들도 차이가 있을 뿐 차별이 없다. 인간은 메이저고 다른 생명들은 마이너도 아니다. 결코 사람이 먼저일 수 없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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