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을 통해 잊기 쉬운 쉼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음악은 소리(音)를 통해 즐거움(樂)을 만들어 내는 예술이다. 음의 높낮이는 음정이나 코드와, 음의 길이는 박자나 리듬과 관련 있다. 음악의 시초는 음의 높낮이보다 길이에 있었다. 즉 음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음의 장단에 맞추어 무언가를 두드려 흥겨운 음악을 만들어 냈다. 결국 타악기는 가장 원시적인 태초의 악기였다. 지금도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단순한 타악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역동적이며 신명나는 음악을 연주한다.
서양 악보에서는 음의 길이를 콩나물 형태로 나타낸다. 가장 긴 음은 줄기와 꼬리없이 흰 머리만 있는 온음표, 이를 반으로 나누면 흰 머리에 줄기가 붙는 2분음표, 이를 반으로 나누면 머리가 검정색으로 바뀐 4분음표, 이를 반으로 나누면 꼬리가 하나인 8분음표, 이를 반으로 나누면 꼬리가 둘인 16분음표, 이를 반으로 나누면 꼬리가 셋인 32분 음표가 된다. 꼬리를 하나씩 늘리면 64, 128, 256분 음표가 되지만 너무 빨라지기에 연주가 불가능해진다. 각 음표 머리 오른쪽에 점을 붙이면 그 음표의 절반 길이가 플러스된다. 악보 첫줄 왼쪽에 4/4 박자표가 있다면 한 마디 안에서 4분 음표를 4번, 3/4이라면 4분 음표를 3번 연주하라는 뜻이다. 음표와 똑같은 원리로 쉼표가 있다. 온쉼표, 2분쉼표, 4분쉼표, 8분쉼표, 16분 쉼표 등.
음악에 음(note)만 있고 쉼(rest)이 없다면 어찌 될까? 아무 맛도 없는 음악이거나 소음이 될 것이다. 쉼은 음을 살아나게 한다. 음은 쉼을 통해 생기있게 살아난다. 우리 인생도 쉼이 중요한 음악과 같다. 쉼이 있어야 삶이 살맛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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