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을 통해 음악에서 인간이 가미한 음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요한복음 1장 1절).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창세기 1장 3절). 신앙 여부를 떠나 성경에 기록된 이 두 구절을 보면 말씀이 빛보다 먼저 있었다. 번개 빛이 번쩍거린 후 천둥 소리가 들리지만 태초의 사건(Big Bang)은 정반대였다. 말씀은 진동하는 소리로 전달된다. 태초의 진동 소리가 율려(律呂)다. 음악은 그런 소리를 통한 예술이니 가장 태초적이며 본원적이다.
음의 높낮이마다 진동수가 다르다. 파장의 진동수가 클수록 높은 소리가 난다. 진동수를 듣기 좋게 맞추는 일이 조율(調律)이다. 조율은 자연적이지 않았다. 피타고라스는 진동수의 순수한 정수 비례로 순정률을 만들었다. 여기에 또 인간의 손이 들어갔다. 삼분손익법. 푸리에변환, 로그곡선 등 골치 아픈 수학적 방법이 동원된다. 순정률이 아니라 평균율에 따른 조율을 위해서였다. 평균율은 원활한 조옮김을 위한 조성(調聲)에 필요했다. 쉬운 예로 노래방 기계는 반음까지 따져 12음계 중 어느 키(key)로 불러도 맞게 되어 있다. 피아노 등 대부분의 현대 악기는 조옮김하면 조성이 헝클어지는 순정률이 아니라 조옮김해도 조성이 맞는 평균율로 진동수가 조율되어 있다.
평균율은 단순한 유리수 비율로 된 순정률과 달리 제곱근(√)의 루트값인 무리수 비율로 되어있다. 우리 귀는 복잡한 이 음들에 익숙해진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이긴 해도 인공적 조율로 조성된 음악이라니 기분은 좀 거시기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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