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67> 피아노와 포르테; 음의 강약

bindol 2021. 4. 17. 13:29

 

서로 반대말인 두 낱말을 통해 음악에서 강약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서양음악 용어에 이태리어가 많다. piano, forte 등. 이태리어의 근원이 라틴어고 라틴족이 이룬 로마는 그리스에 이어 서양문화 근간을 이루니 그럴 만도 하다.

중세 유럽의 교회에서 오르간이 제 성능을 발휘했다. 물론 아프리카에도 실로폰처럼 건반이 달린 마림바가 있으나 오르간은 열 손가락을 써서 더욱 풍부한 화음을 낼 수 있다.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오르가눔(organum)은 여러 선율이 대위되어 화음이 어울리는 다성음악이었다. 당시엔 혁신적 악기, 음악이었다. 바흐가 화성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것도 오르간 덕택이었다.

오르간은 건반악기지만 길다란 관(pipe)을 통해 소리가 함께(共) 울리는(鳴) 공명악기니 색소폰과 같은 관악기로 관(管)에 바람을 넣어 음을 내는 풍금(風琴)이다. 오르간 건반 형태 그대로 16세기에 개발된 쳄발로 건반을 세게 치든 여리게 치든 강약조절이 안되니 갑갑했다. 1709년 이태리에서 개발된 피아노는 건반악기이면서 망치로 줄(絃)을 치는(打) 타현악기니 기타와 같은 현악기다. 피아노의 원래 명칭은 피아노포르테였다. 여리게 치면 여리게(piano), 세게 치면 세게(forte) 음이 나올 수 있어서다. 점점 여리게(pianissimo), 점점 세게(fortissimo) 등 얼마든지 음의 강약 표현이 되었다.

음악의 3요소 박자, 선율, 화음이 있으면 음악이 될까? 필수요소가 또 있다. 강약이 살아야 음악이 산다. 여리게~세게, 피아노~포르테를 살려야 음악에 생동감이 깃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