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음악 유형 모두 비슷하게 들리지만 뭔가 다르다.
트로트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다. 'trot : 빨리 걷다. The children trotted into the room. 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갔다'. 트로트를 음악 유형으로 알았는데 예상외다. 우리나라 음악으로 알고 있는 트로트가 서양 음악용어라는 사실도 예상외다. 191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한 재즈 타입의 댄스 리듬인 폭스트로트(fox-trot)가 트로트의 유래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자기네 전통 민요에 폭스트로트의 야릇한 분위기를 접목하여 사랑의 노래인 엔까(戀歌)를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엔까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창(唱) 등의 민요만 있었을 당시에 엔까풍의 노래는 모던하게 들렸을 것이다. 1920년대에 나온 사의 찬미(死の 讚美)나 황성옛터(荒城の 跡)를 지금 들으면 처량맞아도 그 당시에는 엄청난 파격의 컨템포러리 뮤직이었다. 두 노래 제목에 일본인이 잘 쓰는 の가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의 신식 가요가 일본 엔까의 영향을 받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1945년 광복 후에 엔까풍의 가요는 우리 뽕짝으로 거듭난다. 뽕짝이라는 말은 '눈물 젖은 두만강'등에서 들리는 꿍짜작 꿍짝(♩♪♪♩♩)이 뽕짝으로 재미나게 변한 듯하다.
지금 우리의 뽕짝은 칙칙하고 눅눅하게 꿍짜작 꿍짝거리지 않는다. 장윤정, 박현빈 등의 뽕짝은 꺾기와 떨기 창법을 특색으로 하는 뽕필을 살리면서도 경쾌하며 활기 차고 싱싱하다. 젊은이들도 즐기는 밝은 뽕짝이 되었으니 참 자랑스러운 우리 뽕짝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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