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본의 아니게 인간이 아닌 어떤 동물을 조롱하기 쉽다. 개가 대표적이다.
개과에 속하는 동물로 늑대, 여우 등이 있으나 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온 특이한 동물이다. 단백질과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육된 소, 말, 양, 돼지, 닭과 달리 개는 인간의 친구처럼 길러졌다. 물론 누렁이(黃狗)처럼 한여름 복날에 공양되는 개가 있어도. 개의 학명이 Canins familiaris인 것처럼 개(犬) 특유의 친화력은 어느 동물도 못따라온다. 말의 지능이 높다지만 개처럼 살갑지는 않다. 애완견(愛玩犬)이나 반려견(伴侶犬)의 타이틀을 가진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고양이한테 애완묘, 반려묘라 하지 않는다. 야생고양이와 다른 애완고양이일 뿐이다.
그런데 개만큼 인간에게 욕먹는 동물도 없다. 개떡, 개꿈, 개살구에서 개는 개(dog)가 아니지만 여하간 개가 들어간 낱말은 모두 부정적이다. 개새끼, 개망나니, 개뼉다구, 개코, 개지랄, 개나발, 개소리, 개차반, 개수작, 개구멍, 개털, 개죽음, 개뿔, 개쪽, 개망신, 개고생, 개똥참외 등….
개가 쓰여진 속담도 대개 나쁜 뜻이다. 개 눈엔 똥만 뵌다.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 개팔자가 상팔자. 오뉴월 개패듯 한다. 제 버릇 개주랴. 개가 웃을 일이다. 개밥에 도토리다 등.
인간과 가장 친숙하며 인간에게 가장 충직한 동물인 개가 이렇게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으니 개는 억울하다. 인간과 너무 가까워져 생긴 개의 업보일까? 아무튼 아무 죄없는 개한테 너무 그러면 안되겠다. 생각하면 미안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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