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60> 민주주의와 민생주의 ; 다른 길은 없나?

bindol 2021. 4. 18. 04:09

민주와 민생! 너무나도 자주 듣는 낱말이다. 그런데?

Democracy를 일본인들은 민주주의로 번역했다. 민주주의는 일반사람들(民, demo)이 선거를 통해 주권(cracy)을 행사하는 정치체제로 인기가 많다. 3대 세습의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북한도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다.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에도 한국식 민주주의라 했다. 대한민국은 타인관용지표, 사회적 신뢰도,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산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영국 EIU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민주화 지수는 20위권으로 높은 편이다. 미국의 프리덤하우스 평가에서 한국은 자유국과 부분자유국의 경계에 있다. 권력으로부터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민주주의에 대해 늘 말이 많다. 민주주의에 못지않게 많이 나오는 단어가 민생이다. 유래는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왕조를 무너뜨린 손문의 삼민주의(민족주의-민권주의-민생주의)다. 민생주의란 국민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려는 사상이다. 요즘 모든 정당들이 주장하는 민생과 똑같다. 이제 민주나 민생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박노해 시인은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민주투사였다. 하지만 7년 감옥생활을 마치고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억대의 보상금을 고사했다. 권력과 정치의 길을 거부하며 생태주의자로 거듭났다. 그의 사진전 제목대로 '다른 길'을 갔다. 그가 민생을 말한다면 정치적 수사인 민생이 아니라 사람들과 더불어 온전한 생명을 추구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박기철인 필자는 본명이 박기평인 그를 형님으로 모셔도 될까?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