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1> 코드와 코드; 어떤 코드인사를 할까

bindol 2021. 4. 18. 04:12

코드(code)와 코드(chord)는 스펠링부터 다르고 코드의 작동원리가 영 다르다.

코드(code)란 신호를 전달하는 부호를 뜻한다. 엔코딩(encoding)은 송신, 디코딩(decoding)은 수신이다. 인간이 보낸 신호를 외계 생물체가 받을 수 있으려면 인간의 경험영역과 외계 생물체 경험영역 사이에 서로 교차하는 공유영역이 있어야 한다. 그 영역이 클수록 송수신이 원활해지며 작을수록 불통한다. 음악에서 코드(chord)란 이런 코드와 다르다. 피아노 건반에서 도 미 솔을 동시에 치면 C 코드로 잘 어울리는 밝은 화음이 들린다. 여기에 시까지 동시에 치면 CM7 코드로 재즈스러운 느낌이 든다. C 코드를 이루는 도미솔과 함께 한 옥타브 위의 레나 파, 라를 치면 어울리지 않고 거슬리게 들린다. 도미솔이 화음을 이룬다면 여기에 ♭이나 #까지도 붙는 레-파-라는 긴장(tension)을 유발한다. 하지만 음악에서는 이런 껄끄러운 텐션 음을 오히려 더 멋진 음악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특히 재즈에서는 불협화음(tension chord)을 주로 쓴다. 그래서 단순 화음 코드로 된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세련된 음악을 맛깔나게 요리한다.

code 인사란 내가 '어'하며 송신했을 때 상대가 '아'하고 알아들어 수신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하면 소통이 잘 되니 편하나 자기네끼리 어울리고 다른 사람과는 불통하기 쉬워 편이 갈린다. 이와 정반대인 Chord 인사를 제안한다. 음악에서 텐션 코드처럼 거슬리는 음들도 같이 써서 더욱 격조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Chord 인사란 같이 일하기 껄끄러운 사람도 뽑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싸움없는 격조 있는 세상이 이루어진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