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55> 유토피아와 대동사회 ; 이상향?

bindol 2021. 4. 18. 04:17

우리 인간세상에는 많은 천국과 낙원들이 있다. 생각하면 좋으면서 허무하다.

의지하는 인간(Homo religiosus)은 여러 종교에서 내세를 생각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기 전 에덴동산과 같은 낙원을 기독교에서는 천당, 불교에서는 극락, 정토, 안양이라 한다. 파라다이스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복된 정원이다. 사라진 지상낙원 아틀란티스를 그렸던 플라톤은 현실세계 저 멀리 완전무결한 이데아를 그렸다. 그가 꿈꾼 이상국이란 이데아를 아는 철학자(賢人)가 다스리는 세상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제너두(Xanadu)라는 이상향을 언급한 후 서양은 동양을 넘보기 시작한다.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 이후 유럽의 욕심가들은 아마존강 부근 어디엔가 있을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원주민을 잔혹하게 유린했다.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쓴 책 이름이다. 그리스어로 없는(ou) 장소(topos)인 유토피아(Utopia)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상향이다. 조숙한 이단아 허균은 홍길동전에서 율도국을 꿈꾸며 개혁사상을 펼쳤다. 엘도라도(El dorado)는 황금의 땅이다. 샹그리라는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이상향이다. 그곳도 도연명이 그린 무릉도원과 같은 별천지는 아닐 게다.

공자의 말을 빌려 예기(禮記)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3대(하→은→주나라) 때는 자기 이익만을 위하지 않고, 도둑, 절도, 난동, 폭도가 없고 문을 열어놓고 살았단다. 이를 대동이라 한다(是謂大同). 과연 우리 인류가 앞으로 그런 대동사회로 딱 한 번 만이라도 되돌아갈 수 있을까? 디스토피아나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