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비슷하게 여겨지지만 사용하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테마라 하니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제가 '라라의 테마'가 떠오른다. Somewhere my love! 라라의 사랑은 과연 누구일까? 지바고는 라라를 한 번도 적극 사랑한 적이 없다. 다만 스치듯 우연히 몇 번 만나 희미한 사랑을 나누었을 뿐이다. 선해 보일 뿐 나약한 남자다. 의사이자 시인인 유약한 지식인 지바고와 달리 코마로프스키는 나쁜 남자로 나온다. 그는 라라의 정조를 빼앗았다. 설탕을 가지고 라라를 적극 찾아가며, 공산혁명 정부군에 의해 처형될지 모를 위기에 라라를 구한다. 라라의 관점에서 지바고는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을까? 라라의 테마는 애매모호하다.
주제인 테마(theme)가 애매모호한 개념이라면 명제인 테제(these)는 확실한 강령이다. 라라의 테마가 있던 1910년대에 레닌의 테제가 있었다. 블라드미르 일리치 레닌! 공산주의 혁명 역사의 지존이다.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은 레닌을 통해 실현된다. 무능한 차르였던 니콜라스 2세가 퇴위한 극심한 혼란기에 망명지에서 돌아온 레닌은 1917년 4월 테제를 선언한다. 테제는 간결명료하다.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 결국 10월 혁명으로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소비에트 정부가 탄생했다.
지금 여기저기 테마가 넘친다. 테마공원, 테마상품, 테마모텔 등…. 그 테마들은 주로 돈벌이용이니 이 시대의 테제는 단순하다. "모든 권력은 막강한 돈으로!" 이제 생태주의는 좌우로 갈린 경제주의와 다른 전환적 테제를 선언한다. "모든 권력은 온전한 생명으로!"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54> 지피지기면 ; 백전백승과 백전불태 | (0) | 2021.04.18 |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55> 유토피아와 대동사회 ; 이상향? (0) | 2021.04.18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57> 데마고기와 포퓰리즘 (0) | 2021.04.18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58> 대중, 공중, 군중, 우중, 민중, 청중, 분중, 다중 (0) | 2021.04.18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71> 코드와 코드; 어떤 코드인사를 할까 (0) | 2021.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