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표기하는 두 방식의 차이를 따지면 의외의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된다.
아라비아 숫자의 핵심은 0(zero)이다. 인도의 불교에서 비어있음을 뜻하는 sunyata(空)가 0의 발명을 결정적으로 이끌었고, 이는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0이 들어간 아라비아 숫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수학 발전의 일대 전환점이었다. 그렇다면 하나~열은 무엇일까? 우리 배달민족의 천부경(天符經)이다. '천부인과 천부경의 비밀'에 의하면 이 16자가 환인께서 내려주신 진짜 천부경이고, 신라 때 최치원이 만들었던 81자 천부경은 천부경을 예찬한 시라고 한다.
16 글자 각각 뜻이 있다. 하는 햇빛, 나는 빛이 땅에 내림, 둘은 두르다, 셋은 사내의 수(男根), 넷은 계집의 여음(女陰), 다는 땅, 섯은 세움이니 다섯은 땅 위에서 사내와 계집이 교합하란 뜻이다. 여는 하늘, 섯은 세움이니 여섯은 하늘 아래 번성하란 뜻이고, 일은 일하는 것, 곱은 굽은이니 일곱은 구부려 일하는 사내의 의무를 뜻하고, 여는 하늘이 달과 별을 낳듯 계집의 자궁에서 자식을 나으라는 뜻이고, 덟은 들의 열매이니 여덟은 자녀를 말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계집의 의무를 뜻한다. 아는 하늘의 씨를 받은 씨족, 홉은 완성이니 아홉은 씨족의 완성을 뜻하고, 열은 씨족의 울타리를 열고 나가 다른 씨족과 동화하며 널리 이롭게(弘益) 살라는 뜻이란다.
우리가 늘 말하는 하나둘셋~열에 우리 배달민족의 홍익인간 사상이 녹아 있다니 신비하다. 천부경의 역사적 진위 여부를 떠나 정말로 열여섯 글자처럼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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