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 모두 호 자를 쓰지만 호의 뜻이 너무나도 다르다.
호떡집에 불난다! 마구 시끄럽게 떠드는 상황을 그렇게 말하는데 왜 하필 호떡집일까? 이를 알려면 1931년의 부끄러운 사건으로 올라가야 한다. 인천을 시작으로 중국인(華僑)들이 한국인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공격당해 불탄 대표적인 곳이 중국인들의 호떡집이다. 호떡에서 호(胡)란 중국의 정통 한(漢)족이 아닌 북방 이민족이 세운 5호(胡)16국, 원나라, 청나라다. 고려 때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로부터 들어온 호두는 원나라(胡) 복숭아(桃)인 호도에서 온 말이다. 호두는 둥글고 울퉁불퉁하니 복숭아 씨처럼 생겼다. 우리 옷에는 없었는데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胡) 옷에 주머니가 있으니 호(胡)주머니다. 1627년 정묘호(胡)란 이후 나라 이름을 후금에서 청으로 바꾼 여진족은 1636년 병자호(胡)란을 일으켰고 조선은 남한산성에서 엄청난 굴욕을 겪는다. 이후 수만 명의 부녀자들이 청나라로 끌려갔다. 나중에 돌아온 여인들(還鄕女) 중에 청나라 아이를 임신한 여인이 낳은 아이들이 호로자식이다. 청나라(胡) 오랑캐(虜) 아이란 뜻이다.
이처럼 호떡의 호라는 글자에는 사연이 많다. 호떡과 달리 호빵의 역사는 단순하다. 1971년에 삼립식품이 일본에서 유래한 분식집 찐빵을 집에서도 먹기 좋게 쪄서 호호 불며 호호 웃고 먹으라며 호빵을 출시하면서부터다.
호떡에서 호(胡)가 나라 이름이라면, 호빵은 호(好)의 뜻에 가까운 상표 이름이다. 청나라(胡) 출신의 비단 장수 왕서방은 '왕서방 연가'라는 노래에서 기생 명월이한테 반해 돈이 다 털리고 병들어 누워도 '띵호와'(挺好阿, very good)를 연발하며 즐거워 했다. 그다지도 순진한 왕서방한데 호빵을 건네고 싶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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