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인간이 속한 계급이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이런 계층이 생겼을까?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인들에게는 사람을 나누는 신분(身分)이 없었다. 그러나 한 곳에 정착해 농사와 목축을 하면서 잉여 농축산물이 생겨났고 이때부터 부(wealth)를 가진 자가 정치적 행세를 하게 됐다. 귀한 족속인 귀족의 탄생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상층 계급인 인(人)과 하층 계급인 민(民)으로 신분이 나뉘었다. 거대 권력을 가진 막강한 왕권의 기원인 고대 이집트에서 왕들의 무덤인 피라미드는 귀족 밑의 노예들이 지었다. 민주주의(democratos)의 시발지 고대 그리스에서도 귀족이 아닌 노예는 예외였다.
우리나라도 고조선-삼한시대-삼국시대부터 귀족이 있었다. 신라의 골품제는 귀족들마저 계급화시켰다. 뼈가 성스러운 성골(聖骨)과 뼈가 진짜인 진골(眞骨)의 왕족 밑에 사람 머리를 여섯 단계로 나눈 육두품(六頭品) 귀족을 두었다. 고려 때는 중국에서 유래한 오등작(五等爵) 귀족이 있었다. 이는 중세 봉건시대 유럽에서 duke(공작)-marquis(후작)-earl(백작)-viscount(자작)-barcon(남작)의 5단계 귀족과 같다. 고려의 음서(蔭敍) 제도는 귀족 자제들의 관직 세습을 가능케 했다. 조선에 와서 혈통에 따른 음서는 축소되며 실력에 따른 과거의 비중이 높아졌다. 붓으로 일하는 문의 관직과 칼로 일하는 무의 관직이 과거시험으로 결정됐다. 문반 관리와 무반 관리 양쪽을 뜻하는 양반(兩班)의 탄생이다.
혈통이나 관직 등급, 또 가진 재산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일이 언제까지 옳을까? 사람(살암)은 모두 햇살의 결실인 쌀(살)을 먹고 몸에 살을 가지며 사랑(살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일텐데.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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