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45> 삼매경과 황홀경: 즐거움의 경지는?

bindol 2021. 4. 18. 04:26

 

두 낱말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 좀 다르다. 우리 중생들은 어디에 빠져들까?

독서 삼매경에서 삼매경(三昧境)은 무슨 뜻일까? 세(三) 번째 깨달은(昧) 경지(境)란 게 뭘까? 그렇다면 첫 번째는 뭐고, 두 번째는 뭘까? 이는 쓸데없는 질문이다. 삼매란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한다는 산스크리트어 삼마디(samadhi)를 한자 음으로 표기한 단어다. 3(三)의 뜻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불교에서 최고의 수행 경지인 선의 경지가 바로 삼매(三昧)다. 선(禪)이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여 번뇌를 끊고 진리를 깊게 생각하여 무아 정적의 경지에 도달하는 일이다. 이 선을 가장 중요시하는 불교의 한 종파가 선종(禪宗)이다.

그런데 열심히 정진하며 수행하는 스님도 아닌 속세의 보통 사람들이 선의 세계인 삼매경에 빠져들 수 있을까? 알코올, 마약 등에 빠져드는 것은 삼매가 아니라 중독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중독되면 정신통일은커녕 어지럽고 사나워진다. 일반인에게 삼매의 장인 삼매경은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경지다. 다만 황홀의 경지인 황홀경에는 가끔 어쩌다 다다를 수도 있다. 황홀이란 갑자기 어리둥절하며(慌) 무언가에 도취되어 마음을 빼앗겨 흐릿하니 멍한(惚) 절정(ecstasy)의 상태다. 육체적 열락의 황홀감이든 정신적 쾌락의 황홀감이든 물질적 향락의 황홀감이든 일시적 환희에 따른 황홀경은 반짝하며 끝나고 만다.

보통 사람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경지는 특별한 한 가지에 애써서 집중하기보다 평소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몰입했을 때 늘 항상 언제나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즐거움의 경지다. 그 내적 즐거움은 삼매경보다는 못하겠지만 황홀경보다는 낫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