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43> 도이치와 저머니 ; 독일의 역사

bindol 2021. 4. 18. 04:27

어느 나라나 다사다난했겠지만 독일은 1200년도 안 되는 국가 역사가 드라마틱하다.

 

독일이라는 이름은 저머니(Germany)가 아니라 도이치란드(Deutschland)에서 왔다. 일본이 도이쯔(ドイツ), 또는 한자로 음을 빌려 독일(獨逸)이라 했던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 썼다. 중국에서는 덕의지(德意志), 또는 덕국(德國)이라 한다.

세계사에서 독일의 존재가 떠오르는 사건은 게르만족 대이동이다. 여기서 게르만족이란 독일민족만이 아니라 로마제국 위에 살던 북방족들이다. 중앙아시아 훈족이 서쪽으로 쳐들어 가서 게르만족은 남쪽으로 밀려가며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고 프랑크왕국이 들어섰다. 843년에 세 개로 갈라졌는데 이 중 동프랑크 왕국이 독일의 토대니 역사는 짧다. 이 허울뿐인 왕국에서 실질적 세력은 호족들에게 있었다. 이후 동프랑크 왕인 오토 1세가 과거 로마제국 때처럼 황제가 되었으니 독일역사의 제1제국인 신성로마제국이다. 이름은 거창했지만 수백 개 나라로 갈라져 실속은 없었다. 나폴레옹에게 무너졌다. 실질적 통합은 1871년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에 의해 이루어지니 제2제국이다. 독일 역사에서 실질적 통일국가였지만 프랑스, 영국 등에 비해 뒤늦게 강력해졌기에 식민지가 없었다. 끝내 1차대전을 일으키고 졌다. 히틀러가 주도해 2차대전을 일으키고 졌다. 독일 역사에서 가장 시끄럽고 부끄러운 제3제국이다.

1970년 비가 내리던 폴란드 바르샤바의 위령탑 앞에서 독일 총리였던 브란트는 우산도 안 쓰고 무릎 꿇고 사죄했다. 일본 총리들은 절대 못하는 행위다. 독일이 동서 통일을 이루고 지금 유럽 통합을 주도하는 비결이다. 부디 제4제국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