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28> 법과 법: 무슨 법을 따를까?

bindol 2021. 4. 18. 04:40

 

법은 인간이 만든 강제규칙(regulation)이자, 세상을 이루는 근본원리(principle)다.

법률이나 법규 등의 법(law)은 사회 질서유지를 위해 강제력을 갖춘 조항이다. 3800여 년 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 2200여년 전 진시황이 수용했던 한비자의 법가사상, 현대의 법치주의는 이러한 법의 뜻이다. 인간사 모든 행위에 대해 인간은 자고로 세밀한 법 규정들을 조밀하게 만들어 놓았다. 법령과 조례, 고소와 기소, 입건과 불구속, 구속과 징역, 기각과 각하, 항소와 상고 등 헷갈리는 법률용어들도 많다. 법을 공부하는 일은 고단하며 그 길은 지난하다. 하지만 잘 공부하면 법무사, 변리사, 검사, 판사, 변호사가 되니 사(士)의 감투를 쓴다.

그런데 법(dharma)의 원래 의미는 이런 법(rule)과는 다르다. 2500여 년 전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가 야외에 단을 차려 말씀하는 자리인 야단법석(野壇法席)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부처(Buddha)가 된 그는 자신 스스로 등불이 되어 밝아지라(自燈明)는 말씀과 함께 그가 일러준 말을 등불로 삼아 밝아지라(法燈明)는 유언을 남겼다. 야단법석과 법등명에서처럼 법은 부처의 말씀이다. 특히 세상만물을 이루는 근본원리인 연기(緣起)에 관한 말씀이다.

보통 사람들은 법률 규정을 모르고 살 수 있다. 오히려 모르고 살면 속 편하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은 참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부처(佛)께서 깨달은 불법(佛法)을 깨달으면 더 잘 살게 된다. 방법도 불법을 깨달으면 그 근본원리가 트인다. 여기서 불법이란 믿음의 불교신앙이 아니라 깨달음의 불학사상이다. 물(
)이 흘러가는(去) 법(法)은 자연의 순리다. 억지의 무리한 인위적 전략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순리인 법에 따르면 삶이 길(吉)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