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27> 빨치산과 빨갱이: 무엇이 레드인가?

bindol 2021. 4. 18. 04:41

두 낱말은 앞의 발음이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공교롭게 비슷해졌다.

잔치(party), 정당(party), 아파트(apartment), 백화점(department), 빨치산(partisan)은 어원이 모두 part다. 정규조직에서 떨어져 분파(part)를 이룬 유격대원이 프랑스어로 파르티잔이다. 우린 빨치산이라 한다. 스페인어로 게릴라다. 우리도 한국전쟁 중 지리산에 빨치산이 많았다. 빨치산은 동지의식이 강하므로 서로 동무라 부른다. 빨치산에서 빨이 파트라면, 빨갱이에서 빨은 레드다. 1917년 레닌의 볼세비키 혁명으로 인류 최초의 공산국가를 만든 소련(Soviet Union)은 러시아인이 좋아하는 빨간색 국기를 썼다. 빨갱이의 기원이다. 1949년 성립된 중화인민공화국도 한(漢)족이 좋아하는 빨간색 오성홍기다. 북한, 쿠바, 베트남 등 공산국가들 국기도 빨간색이다. 태극기는 우연히 위쪽의 빨간색이 위쪽 북한의 빨강색과 같다. 우리는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라 한다. 1950년대 미국에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red scare)으로 매서운 매카시즘 광풍이 드세게 불 때도 공산주의자들을 그냥 레드(Red)라고 했다. 우리는 정상 인간으로 안보고 괴물과 같은 빨간 인간인 빨갱이로 보았다.

무시무시한 철권 통치자 스탈린은 공산국가를 독재자가 전제적 권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전체국가로 만들었다. 2000만 명을 무자비하게 숙청(肅淸)하는 공포정치의 비법을 후대에 전수했다. 아직도 지구상에서 반당 반혁명을 구실로 반동분자를 소리없이 죽이거나 즉결 공개총살을 한다. 손에 빨간 피를 묻힌다. 그래서 흉폭하고 잔인무도한 비정상 반인륜 인간을 빨갱이라 한다면 일리 있다. 죽어간 생명들의 명복을 빈다. 이 땅에 평화-민주-정의-자유가 제대로 살아나길 빈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