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24> 욕망, 욕심, 욕구; 탐욕적인 것은?

bindol 2021. 4. 18. 04:43

욕이 들어간 세 낱말은 비슷한 것같지만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문법적 구조가 다르다. 욕망은 저 멀리 빛나는 보름달(望)을 탐내는(慾) 것이니 욕(慾)은 동사로 쓰였다. 욕심은 탐내는(慾) 마음(心)이니 욕은 형용사로 쓰였다. 욕구는 원함(欲)과 구함(求)이니 욕(欲)은 명사로 쓰였다. 둘째, 욕의 한자도 다르다. 욕망과 욕심에서는 慾이고, 욕구에서는 欲이다. 욕(欲)은 혈액 속에 산소가 부족하면 하품(欠)을 하듯이 무언가 모자라서 원하는 상태다. 구(求)는 추워서 털옷(求)을 구하는 상태다. 합해서 욕구는 나한테 모자란 것을 자연스럽게 원하고 구하는 것이다. 매슬로우가 주창했던 5단계 'Hierarchy of needs'는 욕망이나 욕심이 아니라 욕구다.

욕(慾)은 欲 밑에 心이 추가되어 욕(欲)에 추가하여 더 크고 세게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욕망과 욕심은 욕구와 달리 자기에게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밖이나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이다. 욕망은 필요 이상으로 바라며 원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욕구 수준의 물욕이나 성욕이 있다. 하지만 정도를 넘으면 물질욕망(貪慾), 성적욕망(色慾)이 된다. 욕심은 남의 것을 탐하는 마음이다. 놀부와 스쿠루지 영감은 욕심 많은 사람의 대명사다. 결국, 세 번째로 뜻이 다르다. 욕구가 나한테 부족한 것을 필요로 하여 원하는 것이라면, 욕망은 보름달을 탐하듯 밖의 것을 바라는 것이고, 욕심은 남의 것을 싸워 빼앗아서라도 원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생산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편익(benefit) 제공으로 소비자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만족시키는 활동이다. 그런데 생산자의 욕망(greed)과 욕심(rapicity) 충족을 위한 전략적 경쟁력이 강해지면 순리적 생명력은 약해진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