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은 우리말이고 탕(湯)은 국에 해당하는 한자어다. 우리는 유난히도 국물 음식이 많다.
콩나물국, 북어국처럼 국이 단일화된 주재료의 건더기를 우려내는 국물 중심이라면, 김치찌개 섞어찌개처럼 찌개는 돼지고기 콩나물 등 여러 재료를 섞어서 끓여내는 건더기 중심의 음식이다. 해장국에는 여러 식재료가 들어가지만 주로 국물로 속을 푸는 음식이기에 국이라는 말이 붙는다. 전날의 술기운(?)을 푸는(解) 국이다. 해정국이 변해서 해장국이 되었다. 지친 속(腸)을 풀어주는(解) 해장국이 해정국보다 애주가나 새벽 일꾼에게 더 쉽게 다가와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나라마다 술로 지친 속을 풀어주는 특별한 해장 음식은 있겠지만 우리처럼 해장 음식임을 직접적으로 내세우는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해장술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술을 좋아하는 국민일까?
영양탕, 삼계탕, 조개탕, 대구탕처럼 탕은 주로 고기나 생선을 주재료로 하는 국이다. 고기를 푹 고운 고음탕(膏飮湯), 또는 공탕(空湯)을 어원으로 하는 곰탕은 고기살과 내장만을 끓여서 노르스름하다. 나중에 국물 양을 늘리기 위해 뼈다귀가 추가로 들어가게 되어 탕의 색깔이 우윳빛으로 변했다. 바로 설렁탕이다. 그 어원에 대해 설이 많다. 농사가 잘 되길 바라며 선농단(先農壇)에서 제사 지낸 후 소를 잡아 끓여 먹던 선농탕이 설렁탕이 되었다는 설. 고려 때 몽골군이 고기를 끓여 먹던 슐렁이 설렁탕이 되었다는 설 등. 필자가 판단하기에 후자가 더 그럴 듯하다.
부산의 설렁탕은 돼지국밥이다. 해장국으로도 좋다. 6·25 전쟁 때 피란민을 받아들여 원래 인구의 10배 이상을 은혜롭게 품었던 자애로운 도시 부산에서 소고기국밥을 대신한 음식이지만 오히려 더 맛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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