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23> 심보와 몽니 ; 인간의 마음은?

bindol 2021. 4. 18. 04:44

두 낱말 모두 뭔가 어둡고, 음흉함이 깃들어 있는 것같다. 왜 그럴까?

 

우리 몸은 오장육부로 되어 있다. 그 우두머리는 무엇일까? 우리 한(韓)의학과 중국 한(漢)의학의 기초원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심장이라고 한다. 심장은 평생 쉴 틈 없는 수축과 이완의 펌프 작용을 통하여 혈액을 순환시키는 일 만이 아니라 두뇌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적 사고과정을 돕는다. 따라서 심장의 기운이 좋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사고 또한 밝아진다. 심장(♥)은 곧 마음(♡)이다. 그런데 심(心)이 들어가는 낱말은 대개 부정적이다. 욕심, 심술, 심통, 심보 등. 이 중 심보는 특별하다. 대개 심뽀로 발음되며 비속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심보는 심포에서 왔다. 심포란 심장(心)을 감싸고(包) 있는 장기다. 하지만 신체를 해부하면 심포가 없으니 가상기관(假想器官)이다. 오장육부의 제왕인 심장인지라 심장을 감싸는 신하 역할의 심포를 가상으로 두었다. 욕심, 심술, 심통은 감히 심장을 직접 건드려 제왕의 품격을 떨어뜨리지만, 심포는 심보, 고약한 심뽀가 되어 심장의 충직한 호위무사로서 자신이 기꺼이 온갖 욕을 다 먹으며 자신이 감싸며 섬기는 심장을 적극 보호한다. 그러니 심보는 비속어가 아니라 꽤 괜찮은 고상한 낱말이다.

 

심보가 좋으면 사람 마음, 정신, 사고가 온전하나 심보가 안 좋으면 몽니를 부린다.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인 몽니란 순우리말같지만 어두울 몽(蒙)에서 오지 않았을까? 음흉한 속셈을 어두움 속에 숨긴 몽짜가 드러난 것이 몽니다.

 

심보가 좋으면 쓸데없는 몽니가 사라져 소통이 절로 이루어진다. 몽니가 더 심해지면 심보가 터져 결국 심장이 다친다. 생명의 종말이 닥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