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20> 화수분과 요전수 ; 불가능한 꿈

bindol 2021. 4. 18. 04:47

중국에서 유래한 두 낱말은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China)을 세운 진시황은 엄청난 역사 인물이다. 출생은 드라마틱했고 업적은 판타스틱했고 몰락은 니힐리스틱했다. 그가 존재했었기에 사마천의 '사기'는 역동적 역사서가 될 수 있었다. 불로초의 주인공인 그는 화수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을 때 황하(河)의 물(水)을 채운 물동이(盆)를 아주 크게 만들게 했다. 얼마나 컸던지 한 번 물을 채우면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의 뻥(誇張)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이 하수분에서 유래한 화수분(貨水盆)은 재물이 새끼를 치듯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보배그릇(unexhaustible fountain of wealth)이다. 소설 '화수분'은 그런 보물단지 하나 있으면 좋았을 화수분 부부의 비참한 이야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8월 8일 오후 8시에 열렸다. 중국인들이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8의 발음이 돈을 번다는 뜻의 發財(발재)의 發과 비슷해서다. 돈에 대한 노골적인 욕망은 그들의 유물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요전수다. 후한 시대 어느 부자의 무덤에서 발굴된 요전수는 흔들면(搖) 돈(錢)이 나오는 나무(樹)다. 한마디로 돈나무다. 돈을 좋아하는 것은 중국인 만의 특징이 아니다. 세상사람 모두가 좋아하고, 돈 벌려고 세상경제가 돌아간다. 우리도 중국인에 버금간다. 어떤 식당에 가면 고액 지폐사진이 프린트된 돈방석을 깔고 앉을 수 있다.

화수분, 요전수 모두 신기루다. 실체없는 환상이다. 재물과 돈에 대한 물질 욕망이 강렬한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다. 다만 머릿속에 생각의 화수분이거나 요전수 하나 실제 있으면 더 좋겠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