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19>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라피엔스 ; 인간은?

bindol 2021. 4. 18. 04:48

이성이나 지혜를 지닌 이성적 인간은 과연 다른 동물과 달리 어떠한 존재일까?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1707~1778)는 이 세상에 사는 생물들의 체계화된 목록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생물분류법의 기초를 전수받았다. 인간도 그 법에 예외가 없다. 동물계(界)-척색동물문(門)-척추동물아문(亞門)-포유동물강(綱)-영장류목(目)-인류과(科)-호모속(屬)-사피엔스종(種)이다. 이명법(二名法)에 따라 맨 끝의 속명과 종명만 붙인 인간의 학명은 Homo sapiens다. 동성끼리 섹스 행위인 호모 섹슈얼처럼 Homo는 동일하다는 뜻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는 인간이 흙으로부터 빚어진 동일한 생명체란 뜻이다. 사피엔스는 라틴어로 이성, 슬기다. 합해서 호모 사피엔스란 이성을 가진 슬기로운 인간이란 뜻이다.

고고학도 린네의 명명법을 본따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인류를 서서 걷는 호모 에렉투스, 도구를 쓰는 호모 하빌러스라고 하였다. 현대인들도 호모를 앞에 붙여 인간만이 가진 우월한 특징을 설명한다. Homo economicus, Homo loquens, Homo artex 등. 그 원조인 Homo sapiens와 발음이 비슷한 Homo rapiens는 스펠링 하나 차이지만 뜻의 차이는 크다. 호모 사피엔스는 만물의 영장이다. 하지만 존 그레이의 'Straw Dogs'를 번역한 책에서 호모 라피엔스는 폭력(rape)을 일삼는 폭력적(rapicious) 인간이다. 호랑이가 사나운 맹수이지만 인간처럼 폭력적이지 않다. 인간 역사는 폭력이 난무한 전쟁의 역사다. 잔인하며 참혹했다.

호모 라피엔스는 호모 러비쉬다. 인간만이 쓰레기를 버리며 산다. 코끼리 똥은 아무리 많아도 자연스레 순환되지만 인간이 남긴 쓰레기는 한없이 쌓이며 생명의 숨통을 끝장날 때까지 조여 오고 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