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17> 과학 기술 공학 ; 위험할 수 있는 이유

bindol 2021. 4. 18. 04:51

 

이 시대를 만든 세 낱말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번역된 일본 한자들이다.

과학으로 번역된 Science는 서로 뜻이 다르다. 사이언스는 안다는 것을 뜻하는 라틴어 scire에서 왔다. 하지만 과학에서 과(科)는 몇 말의 벼를 수확했는지 알 수 있도록 벼(禾)를 말(斗)로 나누어 아는 것이다. 사이언스를 지학(知學)이 아니라 과학(科學)이라 번역한 것은 일리 있다. 과학이란 쪼개고(分) 나누는(析) 분석을 통하여 재서 알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의 분석을 그대로 따라했다. 밥먹으면(X) 배불러진다(Y)와 같은 뻔한 인과 가설을 만들어 몇 숟갈 먹으면 배부른지 정교하고 엄밀하며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수학 통계로 분석하여 과학이 되고 싶었다. 인문과 예술도 그렇게 따라 하여 인문과학, 예술과학이 되고 싶으니 가히 과학의 전성시대다.

기술로 번역된 Technology는 손재주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Techne에서 왔다. 기술도 손(手→)으로 무엇을 만드는 기(技)의 재주(術)다. 공학으로 번역된 Engineering은 서로 뜻이 다르다. 엔지니어링은 design(考案)과 비슷한 라틴어 engine에서 왔다. 동력을 만드는 엔진처럼 무엇을 고안하여 만드는 일이 엔진이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엔지니어다. 공학은 도구(工)를 사용하여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다. 과학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은 손재주가 뛰어난 인간의 기술과 만나, 도구를 쓰는 공작인(Homo Faber)은 생명체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놀랄 만한 공학이다. 혹자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며 걱정한다. 신만이 알아야 할 대단하고 은밀한 지식을 인간이 알게 되어 위험하다며. 혹시 티끌이나 좁쌀만 한 지식을 안다고 어설프게 사용하여 위험한 건 아닐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데….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