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11> 놀이·노름·노래; 즐겁게 살려면?

bindol 2021. 4. 19. 04:50

세 낱말은 별개인 것처럼 들리지만 다 연관되어 있다. 줄줄이 엮여서.

놀다는 재미있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다. 놀기인 놀이(play)는 즐기기다. 부정적 의미도 있다. 게으름(idle)을 피운다는 뜻이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work) 않고 베짱이처럼 빈둥거린다(loaf)는 뜻이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흑백논리식 우화에서 벗어나면 게으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버틀란드 러셀은 저서'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근면주의에 빠져버린 현대인을 꼬집었다. 좋은 아이디어는 게으를 때 나오기 쉽다. 아르키메데스도 복잡한 머리나 식힐 겸 목욕이나 하자며 게으름을 피우다 유레카(알았다!)를 외쳤다. 왕이 내준 문제해결의 결정적 아이디어를 얻었고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 물론 게으름 이전에 절실한 문제의식과 적극적 탐구활동이 있었다. 여가를 가지며 자유롭게 게으름을 피우고 노는 것은 삶에 활력과 생기를 솟게 한다.

그런데 놀기가 놀이가 아닌 놀음이 되면 곤란하다. 놀음은 노름이다. 노름인 도박은 놀이가 아니다. 남의 돈을 먹기 위한 치졸한 게임(gambling)이다. 남의 돈 따먹으면 뭐가 좋은지? 우리 인류의 가장 보편적 놀이는 노래다. 노래는 놀다(遊)에서 온 놀애라는 옛말이 변한 말이다. 노름을 하면 삶이 황폐해지지만 노래를 부르고 놀면 삶이 풍성해진다. 몸에 좋은 호르몬이 나와서 건강해지고 맘도 여유로워진다. 슬픈 노래도 부르면 마음이 정화(catharsis)된다.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Homo Ludens)라지만 놀이는 인간만의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개도 놀이를 즐긴다. 노래하는 개도 있다. 하지만 짐승들은 노름을 하지 않는다. 국가가 나서서 거대한 노름장을 만들며, 인간만이 노름을 하니 인간은 호모 겜블러스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