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생물을 두고 나라마다 낱말이 다르니 재미있는 세상이다.
성경의 창세기 초반부에 바벨탑 사건이 나온다. 그때는 세상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며 똑같은 언어를 썼다고 한다. 그들은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려고 높은 바벨탑을 쌓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그 모습이 안 좋았다. 결국 바벨탑을 허무신다. 그리고 흩어져 살게 하며 서로 말을 못 알아 듣게 하였다고 한다.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까? 필자가 만일 목사라면 바벨탑 사건을 하나님의 징벌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설교하겠다. 우리를 여기저기 흩어져 살게 하고 서로 언어를 다르게 하였기에 인간 세계는 다양해졌다. 생태계에서 다양성이란 곧 건강성이다. 단일성은 곧 획일성이며 그 하나(一)에 닥칠 수 있는 위기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치명적 위기가 닥치면 하나는 무너진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면 위기에 견디게 된다. 바벨탑 사건 이후 하나의 지역에서 하나의 언어로 살다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언어로 살게 되었다. 닭울음 소리도 다르다. 우리는 꼬끼오, 미국은 카커두들드다. 코고는 소리도 우리는 드르렁이나 쿨쿨, 미국은 zzzzz다. 같은 생물을 두고도 나라마다 낱말이 다르다. 우리와 중국은 바다의 인삼인 해삼(海蔘), 일본은 바다의 쥐인 해서(海鼠), 미국은 바다의 오이인 해과(sea cucumber, 海瓜)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해삼이라고 한다면, 모두 영어를 쓴다면, 모두 하나의 종교를 가진다면, 모두 한 부류의 음식만 먹는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 될까? 그런데 불행히도 세상은 이익만을 좇는 하나의(global) 상업적 영리주의로 획일화 통일화되고 있다. 글로벌이란 위험천만한 강력한 기치에 따라 세상은 점점 험악해지며 더욱 허약해지고 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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