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09> 인사와 민사 ; 왜 차이가 날까?

bindol 2021. 4. 19. 04:53

두 낱말 모두 사람의 일인데 전혀 느낌이 다르다. 왜 그럴까?

인사(人事)는 한자 뜻 그대로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경영학에서 인사란 회사구성원을 다루는 인적 자원관리다. 또 인사가 만사라고 할 때는 사람을 기용하여 쓰는 일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인사는 남에게 공경하는 뜻으로 행하는 예의다. 중국어로는 행례(行禮), 청안(請安)이다. 일본어로는 밀며 다가간다는 뜻에서 아이사쯔(あいさつ, 挨拶)다.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며 접근한다는 뜻이니 재미있다. 영어로는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그리팅(greeting)이거나 머리를 숙이며 절을 하는 바우(bow)다. 인사를 잘해야 좋은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그런데 민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없다. 민사라 하면 민사소송, 민사법 등이 연상된다. 민사에 엮이면 골치아프다. 인, 민 다 사람인데 왜 그리 커다란 차이가 나는 걸까? 북한에서는 인과 민을 합쳐서 인민이라고 한다. 우리는 국인이 아니고 국민이라고 한다. 민중(demo)이 주권(cracy)을 가지는 데모크라시는 인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다. 결국 같은 사람이지만 인과 민은 차이가 있다. 인(人)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본딴 상형문자다. 민은 눈(目)이 길다란 가시에 찔린 끔찍한 모습(民)이다. 인이 정상인이라면 민은 비정상인이다. 여러 가지(百) 성(姓)을 가진 백성은 기득권층이자 지배계급인 인이었고, 성도 없이 사는 민은 힘든 일을 하며 고되게 사는 하층민이었다.

대다수 일반의 애민(愛民)이 아니라 상층부 소수의 애인(愛人)을 주장했다기에 공자가 비난받기도 한다. 공자의 어록인 논어 한 구절을 따옴표로 뚝 떼어놓고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논어 전반의 맥락을 읽으면 인과 민의 구분은 확실치 않다. 다 사람일 뿐이다. 사람은 그냥 사람답게 살아야 할 사람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