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스펠링이 똑같은 이 단어는 서로 어떤 연관이 있을까?
경제(經濟)는 희소한 자원을 사용하여 인간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재화의 공급과 수요, 생산과 소비의 교환과 분배 활동이다. 경제적이란 말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여 희소한 자원을 되도록 적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온 동양의 경제와 달리 서양의 Economy는 범위가 작다. 그리스 말로 집(oikos)을 관리하는(nomia) 일이다. 이코노미의 빛나는(景) 기운(氣)이 바로 경기(景氣)다. 요즘 신문기사나 방송뉴스를 보고 들으면 출구전략, 양적완화와 같은 어려운 경제용어들이 등장한다. 양적완화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채권매입이나 금리인하 등으로 시중의 돈, 즉 통화량을 늘리는 것이고, 반대로 양적완화 축소란 너무 늘어나 부풀려진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한 출구전략의 경제정책이다.
경제로 번역되는 economy와 생태로 번역되는 ecology는 같은 어원을 쓴다. 둘 다 내가 사는 서식지인 집(oikos → eco)이다. 그런데 집에 대한 관점이 전혀 다르다. 에코노미는 에고노미처럼 내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집에 대해 관리(nomy)하는 것이고, 에콜로지는 이기적 목적없이 집에 관해 전체적 담론(logy)을 펴는 것이다. 나의 집이 더 많이 벌고 덜 써서 부유하게 하는 것이 경제라면, 나의 집이 세상천지에 놓인 다른 집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그런 집들 사이에서 나의 집을 건강하게 두는 것이 생태다.
에코(eco)와 발음이 같은 숲의 요정 에코(echo)는 메아리다. 에코노미가 메아리를 듣지 못한 채 홀로 독립되어 있다면, 에콜로지는 서로의 메아리로 서로의 존재를 들으며 연계되어 있다. 경제는 오직 하나의 경제일 뿐이지만 생태는 작은 부분인 경제를 크게 포괄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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