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뜻이 다를 이유가 없다. 그런데 달라졌다. 무슨 연유가 있을까?
노래를 뜻하는 한자는 歌(가), 謠(요), 창(唱), 곡(曲) 등이다. 글자 조합에 따라 서로 다른 뜻이 생겼다. 가요, 민요, 가곡은 느낌부터 다르다. 가극(歌劇)과 창극(唱劇)도 그렇다. 둘 다 노래를 부르는 극이다. 가(歌)가 하품(欠)하듯 입을 벌리며 노래하는 것이라면, 창도 입(口)을 움직이며 노래하는 것이다. 두 낱말의 차이는 확연하다. 가극은 주로 오페라다. 뮤지컬도 음악연극(musical play)이란 뜻이니 오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오페라와 뮤지컬은 다르다. 전통적 오페라는 노래를 기초로 하는 극이다. 가사(aria) 아닌 대사도 노래처럼(recitativo) 표현한다. 대중적 뮤지컬은 극을 기초로 하는 노래다. 극 중에 말로 하는 대사가 들어간다. 그래서 오페라 가수, 뮤지컬 배우다. 오페라와 뮤지컬 모두 가극이다. 창극은 노래라기보다 소리를 하는 극이다.
소리란 음(音)이나 성(聲)이 아니라 창(唱)이다. '창'은 판소리다. 판-소리는 소리-판을 뒤집은 말이다. 판은 소리를 하는 질펀한 놀자 판이기도 하고 이 세상 온갖 소리를 내는 판이기도 하다. 노래는 부르지만 창은 하는 것이다. 판소리 창(唱)은 입(口)으로 태양(日) 아래 모든 소리를 왈하는(曰) 일이다. 창은 서양식 악보로 단순 채보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만으로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온갖 소리를 낸다. 소리꾼과 북 치는 고수 단 둘이…. 판소리를 극화시켜 종합 음악예술로 각색한 것이 창극이다.
창극은 국악에 속한다. 서편제, 동편제, 경기민요, 남도민요, 서도민요, 동래야류 등은 한민족이 즐겨 왔던 한악(韓樂)이다. 서양 음악에만 익숙해져 버린 우리 귀에 한악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살면서 얻는 귀한 즐거움이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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