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대충하면 어찌 될까? 우리 인간은 과연 100% 완벽할 수 있을까?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지명 사전' 책에는 교회, 장로, 성당 등의 낱말이 불교에서 유래한다고 되어 있다. 기독교 관점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다. 그런데 불교는 천주교보다도 약 1400년 먼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불교에서 유래한 점심 등의 일상어와 미아리 등의 지명이 수두룩하다. 이 중 얼추도 그렇다. 불화, 단청, 조각 등에 모두 능한 승려가 금어(金魚)란다. 셋 중에서 둘에만 능하면 어축(漁軸)인데 이 어축이 변해서 얼추가 되었단다. 둘만 능히 잘해도 꽤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얼추는 그런 뜻보다 얼렁뚱땅 대충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얼추 맞다는 말은 100% 완전하지는 않아도 어쨌거나 그런대로 맞다는 뜻이다.
얼추와 비슷한 대강은 대충과 좀 다르다. 대강(大綱)은 그물코에서 굵은 줄을 꿰는 벼리란 뜻이다. 그래서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큰 줄거리란 뜻이 파생되었다. 대강은 개요(outline)란 뜻이다. 영화를 보고 친구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할 때 자세하게가 아니라 대강을 말해야 좋다. 이런 명사(名辭)인 대강이 부사(副詞)인 대충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강하라는 말은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다. 대강과 달리 대충은 한자가 없다. 그런데 한자를 만들 수 있다. 대충(大充)은 대강 충분하다는 뜻이 되겠다. 대충은 거칠지만(roughly) 거의(almost) 가까이(nearly) 비슷하게(about) 한다는 뜻이다.
대충은 완벽보다 나쁘게 보인다. 하지만 완벽은 이룰 수 없는 이상(idea)이다. 우리 인간은 현실적으로 얼추 대충할 수밖에 없는 부족한 존재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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