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고 난 후 그 일의 성과를 측정해야 할까? 평가해야 할까?
측정이란 물의 깊이를 재고(測) 수치로 정(定)하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하면 성과를 정확하게 재며 그 수치가 이렇다고 정하는 일이 따라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이리 하면 저리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이 과학이다. 과학화란 결과를 예측하게 하는 일이다. 광고의 과학화란 광고비용을 이렇게 투입(input)했을 때 광고효과가 저렇게 산출(output)됨을 미리 아는 것이다. 그 기준은 바로 전에 측정했던 수치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양자물리학은 정확한 측정의 과학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측정행위가 측정수치를 변화시킬 수 있고, 측정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다. 수학도 뜻을 같이 했다. 모순없는 완전무결한 진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다. 물론 소립자의 세계에서, 그리고 수학적인 세계에서 통하는 이론이지만 우리 일에서도 그 깊은 의미를 통찰하며 수용할 수 있다. 측정의 불확정성과 불완전성을 벗어나서 우리 인간이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평가다.
척(尺)인 자로 재는 측정(measurement)과 달리 평가(evaluation)는 어떤 것이 지니는 가치(價)를 말로 평(評)하는 것이다. 그 평가는 절대적이며 객관적인 수치 매기기가 아니라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가치에 관한 말하기로 나타난다. 그 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는 일은 평가하는 사람의 몫이며 실력이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만나는 여러 접촉점들로부터 가치를 얻었다면 그 가치에 관한 고객들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지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 측정이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에게 준 가치에 대한 종합적 평가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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