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0> 인연과 관계; 무엇이 X, Y일까?

bindol 2021. 4. 19. 05:13

이 두 낱말이 도대체 마케팅이나 브랜드 경영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좋은 인연이 있으면 나쁜 인연도 있을 텐데 인연(因緣)은 좋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 뜻은 심오하니 깊고도 깊숙하다. 인(因)이란 사방을 둘러싼 口 안에 사람이 大 모양으로 팔을 크게 벌리고 있으니 그렇게 하는 까닭이 있다는 뜻으로 말미암을 이유나 원인의 인이다. 연(緣)이란 돼지가 뛰는(彖) 작은()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역시 말미암을 이유나 원인의 연이다. 사람이 팔을 벌리든 돼지가 뛰든 거기에는 필시 원인이 있다. 이게 있으면 저게 생기고 저게 사라지면 이것도 없다. 세상에 우연히 생기는 인과 연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다. 이런 세상 사연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이 고타마 싯다르타다. 2600여 년 전 깨달음의 나무인 보리수 아래에서 얻은 깨우침으로 그는 부처(Buddha)가 되었다. 그의 사후에 신앙화된 불교와 달리 원시불교의 기본 사상은 자비도 윤회도 아닌 연기(緣起)다. 세상만사 모두 말미암아(緣) 일어난다(起)는 뜻이다. 불교철학은 리얼리즘의 시작이며 정수다. 20세기 초 양자물리학은 불교철학의 실제적 과학적 증명이다.


인연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관계에서 관(關)은 문(門)을 열고 닫는 실(絲)이니 세상과의 통로를 뜻한다. 계(係)는 사람(人)이 그 실의 끝을 잇는다(系)는 뜻이다. 합해서 세상과의 길을 잇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깊은 뜻을 가진 관계를 중국에서는 간자체 系(꽌시)로 변질시켰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간단하게 상대와 야합하는 꽌시가 돼버리고 말았다. 꽌시로는 오래 못 간다. 순리적 마케팅은 고객에게 남다른 가치를 주어 고객이 좋은 체험을 하고 이를 작은 인연(X)으로 좋은 관계(Y)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브랜드 경영이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