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8> 마케팅과 브랜딩; 차이가 있을까?

bindol 2021. 4. 19. 05:15

두 외래어는 다른 말 같기도 하고 같은 말 같기도 하다. 과연 무슨 뜻일까?

대개 마케팅이라고 하면 뭔가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패키징의 뜻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케팅의 원래 의미는 안 그렇다. 마케팅은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키는 제품(Product)을 잘 만들어 적절한 가격(Price)을 설정하여, 시장에 잘 유통(Place)시키고, 고객들이 이 제품을 찾도록 촉진(Promotion)하는 행위다. 이 마케팅의 핵심 개념은 교환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편익을 주고 소비자는 생산자에게 자기가 받은 편익의 대가로 이익을 주는 교환이다.

그러나 www(월드와이드웹)가 생긴 1991년부터 마케팅은 대전환되었다. 이제 마케팅은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미국마케팅협회(AMA)도 2004년부터 이러한 뜻으로 마케팅을 정의한다. 교환(exchange)이 관계(relationship)로 전환된 것이다. 고객 관계를 위해 제품도 아니고 편익도 아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여기서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 곧 브랜딩이다. 브랜드란 값비싼 메이커도 아니고 빛나는 이미지도 아니며 나에게 실질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다(Brand=Value). 괜히 비싼 스타벅스가 아니라 오히려 길거리 황금잉어빵이 브랜드다. 1990년대 물렁한 붕어빵과 똑같은 가격에 보다 풍성한 팥소와 바삭한 식감을 가진 황금잉어빵은 특별한 가치, 즉 브랜드였다. 마케팅이 말 그대로 시장(market)을 상대로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하는 시장기획이라면 브랜딩은 고객과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기 위해 말 그대로 브랜드, 즉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 경영이다. 하는 일은 같을지 몰라도 하는 관점이 다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