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달고 사는 낱말이지만 어원을 알면 익숙했던 말들이 낯설게 여겨진다.
세종 때 만들어진 훈민정음 서문에 어여쁘다라는 낱말이 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중략)~내 이를 위하야 어엿비너겨~. 여기서 어엿비너겨가 바로 어여삐 여긴다는 뜻이다. 서문의 한자본을 보면 어여삐 여기는 것에 해당하는 한자가 불쌍히 여길 민(憫)이다. 마찬가지로 세종 때 만들어진 석보상절에도 어엿브다에 해당하는 한자가 가엽게 여길 연(憐)이다. 이렇듯 세종 때에 어엿브다는 불쌍히 여기고 가엽게 여긴다는 연민의 뜻이다.
그런데 어엿브다→어여쁘다→예쁘다로 음이 변하면서 뜻도 변하였다. 생긴 모양이나 행동이 보기에 좋고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이다. 가엽게 여기면 예쁘게 보이는 법이니 의미 변화가 이해된다. 어원이 분명한 예쁘다와 달리 아름답다는 여러 설들로 분분하다. 첫째, 나를 뜻하는 아(我)에 종결어미 람이 붙은 아람답다에서 왔다는 설이다. 모든 것을 나답게 여기면 다 아름답게 보인다. 둘째, 안고 싶다는 안음(抱)에서 왔다는 설이다. 안게 되면 두 팔로 감싸 한 아름 안게 된다. 셋째, 내 머릿속의 알음(知)에서 왔다는 설이다. 모르는 것을 알면 세상이 아름답다. 넷째, 남녀가 아우러지는(交) 성적 행위에서 왔다는 설이다. 남녀가 서로 교합하고 싶은 마음이 아름답다. 네 가지 설들이 다 그럴 듯하다. 무엇이 정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원 전문학자가 아닌 이상 정설을 정확히 캐낼 필요도 없다. 다만 무엇이 가장 끌리는지 나름 생각하면 된다.
어여쁘다와 아름답다는 양(羊)이 커서(大) 먹음직스러워 아름답다는 미(美)나 이득이 되는 좋은 것을 뜻하는 라틴어 belitas에서 온 뷰티(beauty)보다 훨씬 더 어여쁘고 아름답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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