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73> 스트레스-히스테리-노이로제- 콤플렉스-트라우마

bindol 2021. 4. 19. 05:28

이 네 글자 단어들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다. 처방을 알면 기분이 편하다.

스트레스(stress)란 금방 끊어질 듯한 팽팽한 줄(string)을 뜻한다. 또는 위에서 누르는(press) 것이다. 외부로부터 이러한 긴장이나 압박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더 적극 반응하게 되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나 정도가 지나치면 끊어지거나 찌부러져 버린다. 히스테리(hysterics)란 여성을 자궁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 말이다. 서양의학의 아버지라는 히포크라테스는 자궁이 비정상적 흥분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진단했다. 엇비슷한 시기를 살던 노자가 여자의 음문을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비과학적이고 몰철학적이다.

노처녀가 아니더라도 여자든 남자든 심지어는 전자제품이나 기계까지도 발작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노이로제(neurosis)는 독일어 Neurose를 번역한 일본어 ノイロゼ에서 온 말로 추측된다. 우리 몸의 신경(neuron)이 쇠약하거나 과민해진 증상이다. 쓸데없이 불안하거나 사소한 것에 예민해진다. 콤플렉스(complex)는 '복잡'과 관계 있는데, 정신분석학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져 생긴 강박관념이나 공포증이다. 사소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특정한 대상에 대해 겁을 먹는다. 트라우마(trauma)는 원래 몸의 상처란 뜻인데 지금은 마음의 상처로 더 많이 쓰인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사람은 심적 외상을 입어 불면증에 걸리거나 주의집중을 못한다.

사람은 어느 누구나 정신적으로 약하기 쉽다. 겉으로 무척 강해 보이는 철인도 속으로는 연약한 인간이다. 결국 누구나 이 다섯 가지를 겪을 수 있다. 이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인위적 치료보다 오히려 이 업보들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처방이 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